소설로 보는 고급담배 선호.


이 서울바닥에서, 그래도 넥타이를 매고 월급쟁이를 한다는 친구들 치고 백조를 피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내의 절치부심을 인정한 나는 꼭 백조를 피웠다.
담뱃가게에서는 그걸 살 수 없지만 퇴근길의 좌판 행상에게서는 정가보다 십 원 더주고 백조를 살수 있었다
-조선작 「고압선」

담배가 콜럼버스의 선원들이 아메리카의 원주민들에게 선물받아, 전 세계로 퍼트린후
종교적인 목적,혹은 치료목적으로 사용될때 외에는 거의 질에 따라
계층,신분을 구별하는 지표로 꽤 자주 쓰였습니다.
예를 들자면 19세기 여송연이 등장하였을때, 여송연의 흡연은
귀족,상류층등의 신분표시였고, 민중들은 코담배와 파이프를 피우며 서로 구분지었던것 같은게 있습니다.

20세기로 들어서면서 담배가 브랜드화,이미지화 돼면서 담배회사에선
각자의 이미지와 함께 "고급""특별" 등의 이미지를 담배에 부여해서 팔아치웠고
(지금도 담배곽 보면 자주 보이죠. premier virginia tobacco 라던가...)
지금은 담배값이 어느정도 평준화 됐지만 예전만 해도 담배의 질이나 필터에 따라서 꽤나 가격차이가 났고,
돈 좀 있는사람들이랑 없는사람들이랑 피우는 담배로 구별이 됐던 모양입니다.

등십자각 옆에까지 온 P는 그 건너편 담배 가게 앞으로 갔다.
"담배 한갑 주시오"
하고 돈을 꺼내려니까 담배 가게 주인이,
"네, '마꼬'입니까."
묻는다. P는 담배 가게 주인을 한번 거들떠보고 다시 자신의 행색을 내려 훑어보다가
심술이 번쩍 났다.
그래서 잔돈으로 꺼내려던 것을 일부러 일 원 짜리로 꺼내드는데 담배 가게 주인은 벌써 '마꼬'한 갑 위에다 성냥을
받쳐 내어민다.
"해태 주어요."
P는 돈을 들이밀면서 볼멘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담배 가게 주인은 그저 무신경하게,
"네!"
하고는 '마꼬'를 '해태'로 바꾸어 주고 팔십오전을 거슬러 준다.
P는 저편이 무렴해 하지 아니하는 것이 더욱 얄미웠다.
-채만식 「레디메이드 인생」

다들 고등학교때 보셨겠지만 채만식의 레디메이드 인생에서도 자존심 하나로 싼 담배에서
비싼 담배로 바꾸고 후회하지요 (마꼬는 마코 담배로 1921년부터 일본 패망까지 나온담배로 5전,해태는 15전이었습니다.
당시 순사들도 비싸서 잘 못피웠다 하더군요 - 신동아 2008년 10월 1일호 전봉관의 옛날잡지 다시보기 마지막회에 실려있습니다,
살인마 정기현이 담배 내놓으라고 시위를 하자 마코 한갑을 줬는데 싸구려 줬다고 난리피워서 해태로 바꿔줬다 하더군요 ㅎㅎ )

삼천포로 빠질라 했는데, 하여튼 비싼 담배에 대한 갈망은 이후에도 계속됩니다.
한국에서 해방이후 최초로 담배가 발매되었을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아피우는 "풍년초"를 피울때
하얀 곽에 들어있는 승리는 비싸고 고급스러워 곽을 꺼내 물면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했고,
데이트때나 가지고 다니면서 우쭐거렸다고 합니다 (경남도민일보 2003년 5월 31일 장병길의 추억한컷)
이때만 해도 양담배는 당시 월등한 질과 필터등으로 사람들이 과시용으로 몰래 몰래 애용했고,
이승만 정부가 15만갑이나 되는 양담배를 강제 수거 했음에도 양담배 선호는 계속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1958년 필터가 달린 담배등등이 나오면서 역시 비싼담배는
고급의 상징 부러움의 상징으로 계속되었습니다

담배는 필터가 달리지 않은 보통 겄이었다.
그는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담배 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거 왜 이러시나. 준재벌 아드님께서. 그리 짜게 놀지 말고 필터 달린 담배좀 피워.
그래야 우리 같은 놈들도 그 덕에 목구멍 호강도 좀 시켜볼 것 아냐.」
친구들의 비아냥거림이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필터 달린 담배를 안피우니까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또 어떤 야유가 나올지 모를 일이었다.
은근히 필터담배가 피우고 싶긴 했지만 그렇다고 아버지보고 고급담배로 질을 높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조정래 「한강」

-사진출처: http://www.printingkorea.or.kr/24383
이후 1969년에 고급담배 "청자"가 나오면서 거의 고급담배 선호는 폭발합니다.

"와, 청자네!"
형이 연거푸 피우는 담배가 미처 청자인 줄은 몰랐던 거였다. 산골에서는 좀체 구경하기
힘든 백원짜리였다. 대개의 사람들이 그 십분의 일 값밖에 안돼는 새마을을 피웠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나 학교 선생님들도 고작 신탄진이나 파고다를 태웠다. 비싼 것은 둘째치고라도 돈을 주고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여서 아우성인 담배였다.
"요거 한 갑이 짜장면 두 그릇 값이고 설렁탕 한 그릇 값이라 칸께 웃기제? 촌에선 우떨지 모르겄다만
요새 부산에선 새벽마다 담배가게 앞에 장사진을 친다 아이가.그런다고 다 사는거도 아이고.
외할배 드릴라꼬 웃돈을 미리 줘가꼬 제우 몇보루 안 샀나."
-김태연 「그림 같은 시절」

경남도민일보 2003년 5월 31일 장병길의 추억한컷 을 보시면 청자선풍이 얼만했는지 보실수 있습니다.
웃돈에,예약에, 심지어 "청자피우는 사람에겐 선도 보지말고 시집을 가라" 라 라는 말까지 떠돌았다니까요.
ㅎㅎ
 
이후에 솔,88등이 발매되면서 점점 담배 질이 평준화 되어가고, 1988년부터 담배시장이 개방되면서
최근엔 담배의 질보다는 맛과 담배가 표방하는 이미지(말보로의 거친 카우보이라던가;;)에 의해
담배를 선택하는 시대가 왔습니다만, 요즘엔 고가담배 선호현상이 아니라 저가담배 혐오현상 ㅡ.ㅡ;;
이 나타납니다. 그나마 KT&G의 This 같은 경우엔 군에서들 많이 피우고 나오고,This Plus같은경우엔
애호층이 많아서 덜하지만, '한라산''도라지연 (최근 단종)""장미" 등은 피우면 거의
"할머니 담배" "아저씨 담배" 등등으로 불리며 놀림의 대상이 되지요

굳이 한국만 이런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는 자신의 싸구려 담배 자바를 꺼내어 불을 붙이더니 내 언짢은 시선을 포착하고는 말했다.
"누가 뭐래도 난 이 담배를 피울꺼야, 난 애국지사니까."
"난 내 건강의 지사네."
난 투덜대듯 말했다
-세르게이 루키아넨코 「나이트워치」

요즘은 이렇게 선호현상대신 차별현상이 두드러지는건 꽤나 재미있는 현상입니다. 
담배의 퀄리티의 일정화로 담배 산업의 발달을 연구해봐야 할지.
아니면 강자한테 약하던 세상에서 약자한테 강해지는 세상으로 간건지를 연구해봐야할까요. 하하 대박 용두사미네요.

-ps. 고시원 밖에서 찹쌀떡,메밀묵을 외치네요. 출출한데 먹을건 없으니
담배나 한대 피워야할것 같습니다.
-ps2.니코틴이 내 횟배 앓는 뱃속으로 스미면 머리속에 으레 백지가 준비되는 법이오. 그 위에다 나는
위트와 패러독스를 바둑 포석처럼 늘어놓소.가증할 상식의 병이오. - 이상 「날개」

by 黃某氏 | 2009/08/31 00:40 | 구름과자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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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Danny檀 at 2009/09/21 21:04
아직 동네 구석구석에서 '도라지연' 을 판매하고 있더군요.
매번 물량이 들어오는 학교 매점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고요.
한때 그 한약 냄새에 중독되어서 그것만 샀던 적이 있는데,
우스개로 '어이쿠 어르신' 소리 들었던 추억이 피어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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